김진홍 목사
김진홍 목사
우리는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지식과 정보, 속도와 인터넷 고속도로를 살아가느라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원시적 삶의 형태를 아직도 지키고 있는 광야의 영성이다. 그런 점에서 시내광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베두인 소년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한 베두인 소년이 시내광야에서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게 되었다. 도시에서 전기불도 처음 보고 텔레비전도 처음 보았다. 여행을 마치고 광야로 돌아온 소년에게 어머니가 "예루살렘 여행이 어떠하였니?" 하고 물었다. 소년이 이렇게 답하였다.

"엄마,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되어 내 "영혼"이 내 "육체"를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그 소년의 대답이 우리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성경은 광야를 무대로 펼쳐진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이야기책이기에 광야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는 성경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광야는 버려진 땅(deserted land)이라는 의미로 desert, 사막이라 부른다. 이 황량하고 버려진 광야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성이 무엇일까?

미국의 구약학자 브르지만은 광야를 정의하기를 "아무것도 없음의 자리'(the place of nothingness)라 하였다. 낮에는 뙤약볕이 내려쬐고 밤에는 추위가 뼈 속으로 스며들고, 먹을거리는커녕 마실 물조차 없는 환경이다. 바위 밑에는 전갈이 숨어 있고 모래밭에는 불뱀들이 도사리고 있다. 황량한 들판에는 이리와 곰이 다니지만, 이런 땅을 성경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선포한다.

이 광야에서 모세와 다윗이 탄생하였고, 엘리야가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으며, 세례 요한이 "회개하라"고 사자후를 토하였다. 수많은 예언자들과 수도사들이 활약하였던 이땅에 무슨 매력이 있기에 그들을 광야로 끌어 들였을까?

히브리어로 광야는 MIDVAR, 미드바르이다. 이 단어의 동사형이 DAVAR, 다바르인데 이 단어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 순종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같은 어원인 DVAR, 드바르는 ’지성소‘를 뜻한다.

헬레니즘적인 사고를 하는 서양인들에게 광야(desert)는 분명히 버려진 땅(deserted land)이지만, 기능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유대인의 헤브라이즘적인 관점에서 광야는 ‘하나님을 만나는 살아 있는 땅이요’ ‘축복된 땅’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광야가 주는 교훈 3가지가 있다.

첫째는 광야는 축복된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많은 소유에 있지 않음을 가르쳐 준다.
둘째는 광야는 우리에게 기본적인 필요, ‘need’와 우리가 끝없이 원하는 욕구, ‘want’의 간격이 얼마나 큰가를 알려 준다.
셋째는 광야는 때를 따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구하는 "기도의 줄"이 끊어지면 생존할 수 없음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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