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부터 22일까지 5박 7일의 짧은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시, 미국의 뉴욕시와 워싱턴 DC를 다녀왔다.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는 선진도시의 자치제도(특히, 자치구와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의 사례조사를 목적으로 이번 해외조사단을 파견했다. 필자는 조사단의 대표로서 현지 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해당 도시들을 공식 방문한 것이다.

도시발전과 시민행복 위해 시장 리더십과 시정 변화가 절대적

이번 현지조사에서 선진 자치제도에 대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얻었음은 물론이고, 그 시사점은 앞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할「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짜는데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보다 필자가 더 값진 성과로 얻은 것은 ‘도시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시장의 리더십 및 시정의 변화가 절대적’이라는 교훈을 현지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현대 행정은 다음의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 DNA 구조가 성패를 가늠한다.
즉 비전(Vision), 시스템(System), 네트워크(Network), 리더십(Leadership), 그리고 시민의식(Citizenship) 이다. 대전시정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이상의 다섯 가지 성공 조건을 놓고 볼 때, 지금의 대전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느냐의 중대 기로에 대전시가 놓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이 위기 징후마저 감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다섯 가지의 시정 성공조건을 놓고 대전시가 안고 있는 그 동안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방안을 조목조목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성공적 시정 위해 대전의 비전 정립 제시해야

먼저, 성공적인 시정을 위해서 대전의 비전을 정립해서 제시해야 한다. 대전시는, 공무원은 물론 모든 시민의 꿈과 희망이 담긴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은 시장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가 급조한 것이 아니라 대전시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서 같이 공감하고 또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간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제시한 비전, 즉 대한민국 신중심도시,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과학‧경제도시는 현재로선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세계를 향해서 그리고 한국에서 대전시가 갖고자 하는 꿈은 고사하고 충청‧세종지역에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대전시는 충청‧세종지역에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제대로 준비하고 대처하지 못한 결과 충청권에서의 중심 역할과 활동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세종시의 정착에 따른 대전의 위축, 충남도청의 이전에 따른 원도심의 공동화, 수도권이 되어버린 천안‧아산‧당진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비수도권으로서의 위기, 과학벨트 원안의 무리한 수정에 따라 충청권 공조가 깨지는 등 대전시는 충청권에서의 대단히 중요한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활동무대를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 꼴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정의 조직관리 시스템 제대로 구비돼야

다음 조건은 대전시정의 조직관리의 시스템이다.
현대 행정조직은 뛰어난 지도자의 역량만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 다양하고 견고한 공적 시스템이 구축되고 그를 통해 조직이 관리되어야 한다.
그 동안 대전시정은 이 부문이 대단히 취약했다.
의사결정의 구조가 공식라인 보다 비선라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여론과 아이디어를 시민들과 소통하고 수용해서 활용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비하지도 못했다.
시정을 이끌어 가는 고위 간부들은 늘 선거에 기여한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그 정당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또 다른 조건이 대전시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다. 현대 행정조직은 그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집단들과 튼튼한 협력체계가 형성되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전시는 특히 지역사회와의 단단한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그 책임은 지역사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대전시에 있다. 특히, 다양성, 신뢰성, 수평성을 확보하지 못한 시장의 네트워크가 늘 걸림돌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 행정조직은 조직구성원과 결정권이 공유되는 협동적 리더십, 의사소통과 갈등조정능력을 갖춘 통합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장의 통합 리더십은 지난 오랜 기간 동안에도 여전히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해 모범적인 리더십 모델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아직도 정상적이라 보기 어려운 왜곡된 선거문화에 있다. 상호배타적인 파벌과 지연‧학연 중심의 선거관행과 행태가 계속되고, 선거후에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시민화합과 통합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한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문제다.

대전 발전하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격려, 비판, 결속력 필요

끝으로, 대전시민 모두가 대전시에 대해 갖는 관심과 참여, 격려와 비판 그리고 결속력이 대전발전의 마지막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 대전시는 이들 모두로부터의 관심과 사랑을 놓친지 오래됐다.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시민참여와 시민교육의 확대에 소홀한 결과다.

필자는 이번의 조사여행에서 대전시정이 앞으로 반드시 가야만 할 새 길을 찾았다. 토론터시의 포드 시장, 뉴욕시의 불룸버그 시장, 워싱턴 DC의 그레이 시장을 비교‧평가하면서 시장의 비전과 정책, 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대전시정의 DNA 구조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교훈도 얻게 되었다.

지금 대전이 맞이한 위기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기로에 선 대전시가 바른 길을 향해 나가도록 새로 선출되는 대전시장을 중심으로 공무원과 대전시민들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전시장과 시정의 변화와 발전이 지역의 미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정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이를 선도할 새 시장을 반드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대전시민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다.
(위 글은 육동일 블로그에서 퍼온글 다시정리 게재 참고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