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법사 염원각 스님

불교는 신도들에게 신과 같은 창조주나 계시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믿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법의 가르침을 길잡이로 삼아서 잇는 그대로 사물을 스스로 탐색, 관찰, 실험한 결과, 얻게 되고 확인하게 되는 개인적 확신만을 요구한다. 

이처럼 불교의 교훈들은 어떤 불가해한 신적 존재의 의지에 바탕을 둔 것도 아니고 또 어떤 초자연적인 진리의 게시에 근거하는 것도 아니며, 어떤 권위 잇는 인물의 선언에 근거하는 것도 아니므로 우리가 진지하게 숙고하기만 하면 그 타당성을 얼마든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세상과 인생의 원래 그대로의 구조를 실제 경험을 통하여 마음대로 연구 조사하여 진실의 참된 성질에 눈 뜰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진실의 본성을 우리의 삶에 최대한 구현시킴으로써 자신이나 이웃에게 끼치는 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불교는 악행을 한 사람에게 영원한 벌을 내린다고 겁을 주지도 않으며, 죽음 뒤에 다가오는 축복을 약속하면서 사람을 현옥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미혹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며 잘못으로 빠져들고 잇는 이들의 눈을 밝혀주려고 애쓴다. 

불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행위를 추구하는 정직한 수행자로 하여금 더 높은 정신적 향상과 도덕적 완성에의 길로 이끌어, 마침내 일체의 무상한 것들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인 줄 깨닫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진정한 불자는 자기 내면에서, 그리고 어디서든 남들과도 조화를 이루어 양쪽 모두에서 흠이 없게 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안으로 흠 없는 것이 밖으로 남들과 조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언제나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