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벌 회장이 '세상에 골프와 자식은 마음대로 안되더라' 라고 했다던가. 골프를 감히 자식과 비교하다니 가당치도 않은 비유지만, 아무리 돈을 써도  부모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자식이라는 말에는 공감이 간다.

자식. 이 보다 더 높은 상전이 또 있으랴.

자식으로 살다가 갑자기 자식을 갖게 되면서 평생 우리는 자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부모. 이보다 더 헌신적인 종이 또 있으랴.

자녀교육을 말하면 언제나 생각나는 두 나라의 아버지 이야기.

미국의 다섯 아들을 가진 아버지는 늘 한 아들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 잘났는데 오직 한아들만 어눌하고 병약하여 기를 못펴는 자식, 하나.

소아마비에 걸린 그 아들은 늘 그늘에서 짓눌린 지푸라기 같아 아버지를 슬프게 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다섯 아들을 불러 다섯 그루의 나무를 주면서 말했다.

'앞으로 1년간 이 나무를 가장 잘 키운 아들에게 해달라는 것을 다 해 주겠다' 고.

1년이 지났다. 아들들이 키운 나무를 심사해 보니 나무들 중에 유독 눈에 띄게 틈실하고 잘 자란 나무가 있었다. 바로 가장 비실거리던 그 아들이 주인이었다.

아버지는 약속대로 그 아들에게 무엇이든 말하면 해주겠노라고 했지만, 그 아들은 무엇을 해달라고 할지조차 제대로 말을 못했다.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이렇게 나무를 잘 키우는 것을 보니 앞으로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로부터 명분있는 지지와 성원을 받은 그 아들은 용기가 생기고 희망이 생겼다. 식물학자가 되리라고 결심한 아들은 잘 나라준 그 나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밤이 되어 아들은 그 고마운 나무를 다시 찾아가 보았다. 그때 숲속에서 어른거리는 키 큰 한 어른의 모습. 물조리개를 들고 아들의 나무에 물을 주는 한 사람을 발견하였다.

아버지였다.

그 아들은 훌륭한 식물학자로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가장 위기의 시대에 나라를 구한 4선의 대통령이 되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그리고 그 아버지였다.

일본의 중학교 선생님이던 그녀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의 가정교육은 엄마의 책임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사실 세상의 엄마는 다 똑같아요. 아이들 잠 깨우고 도시락 싸주고 숙제검사하고 늘 아이 때문에 애달캐달하지요. 엄마들은 아이 생각에 머리가 늘 가득 차 있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라요. 엄마보다 더 엄마같이 자상한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못된 아버지도 많아요. 세상의 엄마는 다 똑같은데, 세상의 아버지는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이교육에 아버지와 엄마는 무엇일까요. 엄마는 상수요, 아버지는 변수지요. 아이들은 당연히 아버지라는 변수에 좌우될 수 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아버지를 따라갑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이들 가정 교육같은 집안일은 엄마, 회사 일같은 바깥세상 일은 아버지의 몫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던 젊은 아버지였던 나는 머리가 띵하였다. 달리 반론을 찾기 어려워서였다.   

아버지와 엄마.

명필로 키운 한석봉의 어머니같은 엄마도 계셨지만, 아버지가 없는 한석봉에게는 엄마가 아버지였으리라.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식을 후레자식이라고 염려해 주었던 우리나라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아버지나 일본의 여선생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졌었다.

아버지.

어찌 골프를 자식과 비교하리. 천만금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자식이지만 아버지만은 어쩔 수 있다는 신념이 자식을 올바로 키워내는 것은 아닐런지.

아버지..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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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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