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농사가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동네 사랑방에 모여 탈곡을 끝낸 볏짚으로 새끼를 꼬고 짚신, 소쿠리 등을 만들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시골 농촌마을에서 조차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된지 오래지만 오늘날의 볏짚 공예는 인테리어 인기 소품으로 활용되는 등 하나의 ‘예술’로써 자리매김 한지 오래다.

예산군 고덕면 호음2리 마을회관에서는 요즘 같은 농한기에는 그 옛날 풍경이 재현된다. 바로 고덕면 호음리 노인회의 짚풀전통공예.

삼삼오오 모인 동네 어르신들은 짚풀을 가지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새끼를 꼬고 도롱이, 소쿠리, 짚신, 망태기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든다. 방 한쪽에서는 아주머니 서너 명이 모여 틀에 새끼줄을 엇갈리게 꼬아 ‘멍석’을 만들며 나누는 이야기가 정겹다.

고덕면 호음2리 마을은 짚풀을 이용해 짚신과 멍석, 짚방석, 삼태기, 돗자리 등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전통 짚풀공예 마을’이다. 지난 2006년 ‘농촌건강장수마을’, 2008년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지정됐다. 처음에는 전봉남 노인회장이 개인적으로 시작하던 것에서 마을 주민이 모이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KBS ‘6시내고향’ 등 주요 TV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고 자라나는 학생들은 이곳에 찾아와 짚풀공예를 직접 체험하면서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배우는 등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마을이 됐다.

전봉남 호음리 노인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요즘같은 농한기에도 오히려 더 바빠진다고 푸념했지만 판매수익은 마을기금 등 마을 발전을 위한 자금으로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이 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지난 2006년 말 호음리 마을 노인들로 결성된 ‘호음 황매실 실버밴드’이다.

대부분 환갑을 넘긴 노년의 나이지만 ‘즐겁고 보람있는 노후’를 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결성했다는 이 밴드는 기타, 전자오르간, 드럼, 색소폰 등 그들만의 화음을 자랑한다. 당시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음악강사 초빙 비용을 지원해줬고 주민들은 손수 악기를 구입했다. 지난 2007년 전국농촌장수마을 평가회에 충남 대표로 나가 특별상을 받는 등 그 실력도 인정받았다. 바쁜 농사일이 끝나고 농한기에 접어든 만큼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말 마을 논두렁에 조성해 화제가 됐던 썰매장도 올해 재개장하여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썰매,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를 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을이지 기대된다. 지난 해 12월 호음2리 노인회, 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가 호음2리 1,800평의 야외 논에 물을 받은 후 크리스마스날인 12월 25일부터 무료로 개장해 썰매30개와 팽이10개를 썰매장에 비치하여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루하루를 재밌게 멋지게 살아가는 호음리 어르신 앞에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